글 : 김송호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 졸
KAIST 공학석사 / 미국 퍼듀대학교 공학박사
현재 홍진 씨앤텍 대표이사
몇 년 전에 ‘이공계의 위기’ 문제를 두고 온 나라가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최근에도 포항공대 수석 졸업생의 의대 편입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 이공계의 위기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각종 세미나며 공청회, 전문가들의 대담은 천편일률적으로 ‘기술개발에 대한 연구비 증액’, ‘이공계에 대한 병역특례 확대’, ‘연구원 처우 개선’, ‘고위 공직에 이공계 임용’ 등 정부 정책에만 기대는 식으로 귀결됐다. 그러고는 이공계 대학들이 기업이 요구하는 맞춤교육을 해야 한다는 해결책을 끼워 넣었다.
그렇다면 정부가 이공계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면 이공계의 위기는 극복될 수 있을까? 물론 이공계 위기의 일부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공계 문제해결을 이렇게 이공계 외부에만 떠넘겨서는 절대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보다는 왜 이공계를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는지 정확히 진단하고 이에 맞는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처럼 단순히 입시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만을 보고 대중요법적인 해결책으로 당근만을 제시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바뀌고, 다시 지식사회가 된 원동력은 바로 기술이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하게 된 것은 증기기관으로 대변되는 동력혁명을 통해서였고, 지식사회는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혁명을 통해 이룩된 것이다.
그러면 기술의 중요성은 이렇게 커지는데 이공계는 왜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것일까? 그 대답은 명확하다. 지금의 이공계 위기는 ‘이공계(기술)’ 자체의 위기가 아니라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이공계인(기술자)들’의 위기인 것이다.
기술은 대접받고 있는데 기술자들은 대접받지 못하는 현상은 ‘이공계의 위기’를 살펴보는 데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과거 산업사회에서 기술은 첨단기술과 일반기술이 분화되지 않은 채 다 같은 기술로 우대받아 왔다. 산업사회에서 기술자들은 단순한 공학적 계산을 하고 선진 외국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일반기술만으로도 대접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식사회에서는 이러한 단순한 정보나 지식은 컴퓨터를 통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고, 단순한 계산은 컴퓨터의 데이터베이스와 패키지 프로그램으로 대체됨으로써 응용 기술자들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따라서 ‘이공계의 위기’를 논할 때 이공계를 전체적으로 논하기보다 ‘첨단기술’ 분야와 ‘응용기술’ 분야로 나눠 그 해결책을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공계의 위기’는 사회환경이 변했는데 ‘이공계인(응용기술자)’은 이에 적절하게 적응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이다. 즉 지식정보화사회가 도래했는데도 불구하고 이공계는 아직도 산업사회의 미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공계의 위기’의 극복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21세기 지식(정보화)사회의 속성을 살펴보고 그 속성이 산업사회의 속성과 어떻게 다른지를 파악해 이공계인들이 이에 맞게 변신하면 된다. 즉 ‘응용기술자’에서 ‘지식기술자’로 변해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지식기술자’가 될 수 있느냐. 지식사회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한다면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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