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심으로 되돌아가라
인간중심으로 되돌아가라
  • 관리자
  • 승인 2007.09.03 12: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 김송호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 졸

KAIST 공학석사

미국 퍼듀대학교 공학박사

홍진 씨앤텍 대표이사

이공계에서 가르치는 교육내용은 반복 재현이 가능한 객관화된 사실에 한정된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것이면 가르치는 대상에서 배제된다.

언제나 같은 인풋(INPUT)에 같은 아웃풋(OUTPUT)인 사실들만 가르친다. 철학이나 심리학같이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거나 역사학에서처럼 같은 사실을 높고도 시대나 개인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있으면 안된다.

물론 요즘은 심리학이나 역사학에도 이공계의 논증방법을 채용해 자신의 주장을 최대한 객관화하려는 시도가 있기는 하지만 이공계의 객관화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몇 년 전 저온 핵융합 실험 결과가 발표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적이 있다. 만약 저온 핵융합이 사실이라면 인류의 최대 고민 중의 하나인 에너지 문제가 해결되는 엄청난 일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흥분했다.

하지만 그 논문이 발표되고 나서 여러 사람들이 반복 실험에 나섰으나 재현성을 확인하는 데 실패해 결국 사실로 인정받지 못하고 말았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그렇게 재현되지 못하는 결과는 이공계에서 교육하는 내용에 포함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공계가 대상으로 하는 자연계는 그렇게 객관화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인간 자체를 그렇게 객관화할 수 있을까? 인간은 남녀노소의 차이, 문화적인 차이 또는 개인의 가치관의 차이에 따라 같은 인풋이라도 다른 아웃풋이 있을 수 있다. 심지어 같은 사람이라도 아침저녁 감정의 차이에 따라 같은 자극이 주어져도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공계는 객관화된 자연현상에 익숙하다 보니 이런 인간적인 면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기술 벤처 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가 우수수 사라져 간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도 바로 이러한 인간적인 면을 고려하는 것에 미숙했기 때문이다.

나는 자신의 기술을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설립한 이공계 기술자들을 여럿 만났다. 그들의 공통점은 스스로 만든 제품이 가장 좋고 가장 싸다고 믿는 점이었다. 또한 세계 최초로 만들어져 경쟁제품이 없는 독보적인 제품이라는 환상에 들떠 있었다. 그 제품이 출시되기만 하면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그들 중 몇 명이 실제 시장을 장악하고 기업을 일으켰을까? 그들은 아직도 산업사회적인 패러다임에 젖어 있었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고객을 배려하고 인간적인 면을 고려해야 하는 시대에, 산업사회에서와 같이 공급자의 군림하는 자세로 고객을 대했기 때문에 외면당한 것이다.

지식사회에서 고객은 싸고 좋은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유용한 가치를 사는 것이다. 고객은 제품 자체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공급자가 갖춘 신뢰를 보고 물건을 산다. 이러한 신뢰가 바로 브랜드이다.

산업사회에서 지식사회, 또는 감성사회로 가면 인간적인 접근이 더욱 중요해진다. 산업사회는 인간의 고유성, 즉 개인별 차이를 무시했지만 지식사회에서는 인간의 차이를 고려해야 하고 감성사회에서는 인간에 대한 이해없이는 살아갈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렇게 인간이 중요시되는 지식사회에서 아직도 산업사회적인 패러다임으로 이공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이공계인들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학교육은 곧 전공교육이라 할 수 있다. 대학을 다니는 이유 자체가 어쩌면 전공을 깊게 배우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사회에서 이공계도 의사나 약사와 같이 다른 전공자들이 재빨리 따라올 수 없었기 때문에 희소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이공계 문제는 이러한 희소가치가 오히려 기술자들의 발목을 잡는다는 데 있다.

그 전공을 발판으로 사용하면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공에 집착하고,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자신의 전공을 침범할 수 없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에 안주하다 보니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envinews@dreamwiz.com
<저작권자(c)환경공업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서울시 중랑구 상봉동 136-50 동일빌딩 409호
  • 대표전화 : 02-436-8000, 491-5253
  • 팩스 : 02-496-5588, 432-800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광재
  • 명칭 : 환경공업신문,엔비뉴스(envinews)
  • 제호 : 환경공업신문,엔비뉴스,환경뉴스,envinews,월간환경21
  • 등록번호 : 서울 다 06504
  • 등록일 : 1989-01-24
  • 발행·편집인 : 이광재
  • 환경공업신문,엔비뉴스,환경뉴스,envinews,월간환경21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3 환경공업신문,엔비뉴스,환경뉴스,envinews,월간환경21.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vi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