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넓은 지식의 바다, T형 인간 ①
깊고 넓은 지식의 바다, T형 인간 ①
  • 관리자
  • 승인 2007.10.19 1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 김송호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 졸
·KAIST 공학석사
·미국 퍼듀대학교 공학박사
·현재 홍진 씨앤텍 대표이사

컨버전스는 융합이라고도 하는데, 이미 알려진 기술들을 결합해 그 기술 또는 제품을 차별화하는 방법이다. 물론 차별화된 1등 분야는 산업사회에서와 같이 이미 알려진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개척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엄청나게 어려운 과정이다. 누구에게나 알려진 일반분야는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거기서 1등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고 또 일시적으로는 1등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금방 추월당하게 된다.
그러나 컨버전스 전략은 이미 알려진 기술을 결합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노력이 들지 않는다. 또한 여러 가능한 조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각자 독특한 조합으로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할 수 있다.

컨버전스 전략을 활용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는 것 중의 하나로 휴대폰을 들 수 있다. 초기에 휴대폰은 그 본래의 기능인 통화나 문자 서비스의 성능 차이로 차별화할 수 있었다. 중계 기지수가 많으면 통화품질이 좋고, 통화가 안되는 지역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중계 기지수가 비슷해지면서 통화 품질로는 더이상 차별화할 수 없게 되자 디자인에 집중하고 경량화해서 차별화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컨버전스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휴대폰의 원래 기능에 카메라와 MP3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공계인으로서 이런 컨버전스 전략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로 이화여자대학교의 최재천 교수를 들 수 있다. 그는 동물학을 전공했지만 이를 사회학 분야와 컨버전스한 사회생물학이라는 학문 분야를 개척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사회학자들이 연구와 논의의 주류를 이루는 사회문제에 대해 과학자로서의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확실하게 차별화된 1등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석을 사회학자가 아닌 과학자의 입장에서 내놓고, 이를 동물의 특성에 대비해 설명하며 흥미를 유발시키고 있다.

이러한 학문간의 컨버전스는 지식사회의 가장 중요한 트랜드로 자리매겨지고 있다. 인문학 또는 공학 내부 다른 분야끼리의 컨버전스도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최재천 교수의 예에서 보듯이 전혀 다른 분야의 결합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근시안적으로 자신의 좁은 범위 안에서만 바라보던 세계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조명해 봄으로써 새로운 관점을 도출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앞으로의 차세대 제품들은 어느 한 분야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하기보다는 여러 분야가 어울려서 개발해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자신의 분야를 건드리지 말라거나 남의 분야는 모르겠다는 폐쇄주의로는 앞으로의 지식사회에서 생존할 수 없다. 더구나 새로운 첨단기술은 컨버전스를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비쿼터스는 토목·건축분야에 전자, 화학, 재료 등의 기술을 컨버전스한 개념이다. 미래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나노, 바이오, 환경 등은 물리학, 화학, 생물학, 전자공학, 재료공학 등의 컨버전스 없이는 성립될 수 없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공계는 같은 이공계 내의 다른 전공분야와의 컨버전스뿐만 아니라 인문학 등 다른 학문 분야와 컨버전스해야 한다. 산업사회에서는 인간이 배제된 객관화된 지식을 중요시 했지만, 21세기 지식사회에서는 인간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이공계의 공학적 지식에 인간을 이해하는 인문지식을 컨버전스해야 한다. 조직생활에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이라든가, 고객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심리학 등을 컨버전스한다면 이공계가 기술이라는 막강한 장점을 살려 지식사회의 강자로 자리잡을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지금의 이공계인들의 위기는 산업사회에서 기술만으로 대접받았던 환상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하지만 기술은 지식사회에서도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거기에 인간적인 면을 컨버전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공계 기술자가 실패하는 이유는 기술에만 의존해 연구개발이나 생산 등 특정분야의 실무자로서 부분적인 역할만 담당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체를 아우르는 일의 추진, 조직에서 다른 직원들과의 관계 형성, 고객 대면 능력이 부족해 상위직으로 올라가거나 독립해서 사업을 하는 것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데 그치지 말고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한 지혜를 컨버전스할 필요가 있다. 기술에 더하여 개인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 어떤 다른 요소가 필요한지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개인에게 이런 컨버전스 전략을 적용한 예가 바로 도요타 자동차에서 주창한 ‘T형 인간’이다. T형 인간은 자기분야 지식은 깊게(죱), 주변 분야의 지식은 넓게(―) 갖춘 인간을 말한다. 이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다음호에서 계속한다.

2007년 10월 15일 801호

envinews@dreamwiz.com
<저작권자(c)환경공업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서울시 중랑구 상봉동 136-50 동일빌딩 409호
  • 대표전화 : 02-436-8000, 491-5253
  • 팩스 : 02-496-5588, 432-800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광재
  • 명칭 : 환경공업신문,엔비뉴스(envinews)
  • 제호 : 환경공업신문,엔비뉴스,환경뉴스,envinews,월간환경21
  • 등록번호 : 서울 다 06504
  • 등록일 : 1989-01-24
  • 발행·편집인 : 이광재
  • 환경공업신문,엔비뉴스,환경뉴스,envinews,월간환경21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3 환경공업신문,엔비뉴스,환경뉴스,envinews,월간환경21.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vinews.co.kr
ND소프트